마음사랑
남을 씹는 즐거움과 위험
어릴 때 좋아한 게 있다. 바로 껌이다. 껌은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하나를 씹으면 오래도록 기분 좋을 수 있었다. 지금과 달리 물자와 재물이 부족한 시기에 껌은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하는데 한 몫 톡톡히 했다.
그런데 이 껌보다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게 있다. 바로 인간 껌이다. 좀 살벌하게 들릴 수 있다.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건 어떤 시사적인 내용과 지식이 아니다. 내가 아는 이들과 즐겁게 나눌 다른 사람과 관련된 부정적 내용이다. 우리는 이것을 ‘남을 씹는다’라고 한다.
어떤 실험에 의하면 타인의 뒷담화를 할 때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서 세로토닌과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이 나왔다. 세로토닌이나 옥시토신이 무엇인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물질이다. 우울증도 세로토닌을 나오게 하여 완화 시키거나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남을 까고 욕하고 남의 단점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즐겁고 신나고 심지어 행복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남을 씹다 보면 언젠가 나도 껌이 되는 시간이 올 수 있다. 나만, 남을 즐겁게 씹고 다른 이의 즐거움의 대상이 되기 싫지만 그런 건 쉽지 않다. 내가 누군가 씹고 있다면 나와 함께 한 그 사람이 다른 이를 만나 나를 씹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야기의 즐거움 속에 진실은 파묻히고 침소봉대되고 없는 내용도 더해져 놀라운 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하다 보면 즐겁고 신나니까 과장되고 왜곡이 된다. 예를 들면 ‘누군가 작은 병아리를 실수로 죽였다’는 말이 어찌되는가? ‘그 아무개가 자기 기분 나쁘다고 병아리를 발로 차서 죽였어!’ 혹은 ‘병아린지 닭인지를 칼로 쳐 죽였데’ 하는 식으로 되어 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은 ‘어머! 어머! 어쩜, 그럴 수가 있니? 참 잔인하다. 인간이 아니다. 그런 사람과 말도 하지 말자’ 하는 것이다. 실수로 잘못해서 병아리를 죽인 사람은 이렇게 순식간에 악당이 된다.
이런 피해는 누구나 볼 수 있다. 특히나 연애 인들이 자주 이런 가십거리 대상이 된다. 나랑 상관없지만 티브에서 자주 보는 남녀의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말하며 신나게 웃고 행복해 하기도 한다. 그런데 타인에게 껌이 되는 피해를 보는 게 꼭 연애 인만 아니다. 우리 중 누구도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다른 이를 껌 씹는 건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게 좋다. 내가 씹은 껌은 다른 사람도 얼마든지 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 미치도록 화가 나서 그 상대를 너무 씹고 싶다면 나의 안전이 최대한 보장되는 상태에서 해야 한다. 내가 이야기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말이 들어갈 것 같다는 불안이 있으면 해서는 안 된다. 말을 하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전혀 모르고 만날 가능성이 제로인 사람 혹은 나의 비밀을 절대 보장해줄 가족과만 이야기하는 게 좋다.
그리고 친한 친구라도 안 하는 게 마음도 평안하고 인간관계에 도움 된다. 가장 좋은 건 다른 이 앞에서 또 다른 남을 씹는 건 안 하는 게 좋다. 정 하고 싶으면 이불장 같은 곳 문을 열고 얼굴을 이불에 푹 파묻고 화나는 대상을 생각하며 마음껏 질러라. 이것이 마음도 평안하고 관계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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