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시
연필
w. s. 머윈
이 연필 안에는
한 번도 씌어지지 않은 단어들이
웅크리고 있다
한 번도 말해진 적도 없고
한 번도 가르쳐진 적 없는 단어들이
그것들은 숨어 있다
그곳 까만 어둠 속에 깨어있으면서
우리가 하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밖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사랑을 위해서도 시간을 위해서도 불을 위해서도
연필심의 어둠이 다 닳아 없어져도
그 단어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을 것이다
공기 중에 숨어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단어들을 연습하고
그 단어들을 호흡하겠지만
누구도 더 지혜로워지지는 않는다
무슨 문자이길래 그토록 꺼내기 어려울까
무슨 언어일까
내가 그 언어를 알아치리고
이해할 수 있을까
모든 것들의 진정한 이름을 알기 위해
어쩌면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진정한 이름을 위한 단어는
오직 한 단어일지도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전부일지도
그것이 여기 이 연필 안에 있다
세상의 모든 연필이 이와 같다
https://dreamrest.tistory.com/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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