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는 손님 김 모(30) 씨가 아르바이트생 신 모(21) 씨를 ‘테이블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좀 화가 나거나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가해자는 어떤 일인지 지나치지 못하고, 상황을 키워서 급기야 살인을 하고 살인자가 되었다.
심리상담전문가인 나는 무엇 때문에 사회에 이런 충격을 줄만한 사건을 그가 일으켰을까, 그의 심리는 어떤 것이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피해자는 키가 193센티이고, 몸무게는 88kg으로 보아 보통사람보다 체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가 검도까지 했다면, 그보다 키가 작거나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는 무섭고 두렵게 느껴졌을 수 있다. 물론 그것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고, 가해자의 심리이다.
이 상황에서 그가 자라온 환경은 어떠했을까?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라면 행복한 가정환경은 아니었을 것이라 누구나 추측할 수 있다.
어쩌면 끊임없는 잔소리나, 호된 꾸지람, 모진매질 같은 신체폭력 혹은 언어폭력이 나타나는 환경이었을지 모른다. 만약 이렇게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랐다면 복수심, 적개심, 응징하고자 하는 강한 마음을 마음속에 키울 수 있다. 내가 크면 보자, 내가 지금 힘이 약한데 힘세 지면 그 때는 복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자랄 수 있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자신이 받아들여지고 있지 못하고 거부당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사람들의 태도를 왜곡할 수 있다. 별 일이 아닌 데도 자신을 무시하고 거부했다 생각해서 원한을 품고 적개심을 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심리를 가진 사람이 어느 날 자신보다 강해 보이고 그래서 거슬리고 자기에게 심리적으로 위축감이 느껴지게 하는 누군가를 만났다. 상대는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는데 이 사람은 상대가 자신을 무시하고 거부했다고 마음대로 판단하고, 아니 더 심각하게 왜곡해서 자신을 능멸해서 모멸감을 느꼈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상대의 진짜 생각이나 마음과 상관없이 위협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복수의 대상으로 판단하고는 적개심을 불태울 것이다.
그래서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악독해 보이는 무섭고 끔찍한 일을 벌이게 될 수 있다.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씨의 응급치료에 나섰던 의사 남궁인씨는 19일 페이스북에 “피해자의 복부와 흉부에 상처가 한 개도 없고 모든 상처는 목과 얼굴 손에 있었다. 얼굴에만 칼자국이 서른 개 정도 보였는데, 모든 상처는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며 “손에 있던 상처 중 하나는 손가락을 끊었다. 모든 상처 하나하나가 형태를 파괴할 정도로 깊었다”고 전했다.
위에서 이야기 하듯이 이런 잔인한 일을 일으키게 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가정환경이 만약 정말 그랬다면 일반인들이 좀 화내거나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을 크게 부풀려 생각해서 적대적으로, 공격적으로 복수심에 불타서 원한을 갚으려 할 것이다. 그러면 정말 잔인하다 생각될 일을 자신의 분노와 적개심에 복수심에 빠져서 할 수 있다.
의사 남씨는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렇게 분노와 복수심이 이글거리면 사회가 깜짝 놀랄 일을 벌일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런 것을 보거나 들을 때 무섭고, 화가 나고 두려운 마음이 들것이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마음도 들 수 있다. 너무나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이런 심리를 가졌기 때문에 이성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아무리 화가 나도 자신이 벌이는 일의 결과를 이성적으로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화나는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엄청난 사건을 만들어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이 아닌 자신의 심리적 감정에 충실했고, 현재 우리가 충격을 심히 느끼고 분노하는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가해자인 김 씨는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면서, 자신이 사물을 변별하는 능력이 없어서 절제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식으로 말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충분히 멈출 수 있었고, 자신이 오랜 세월 속에 담아온 분노나 복수심을 이성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 우울증 약을 먹는 모든 사람이 다 그가 한 것처럼 행동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지은 범죄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도 우리는 화가 나고, 눈물 흘리고, 분노한다.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일, 끔찍한 일을 할 수 있었는지.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안 일어나고, 모두가 슬퍼하고, 분노할 일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결국 이런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가 자라온 환경과 심리를 역으로 생각해 볼 때, 부모가 자식을 강압과 처벌이 아닌 사랑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것만이 제2, 제3의 사회에 충격을 안겨주는 사건을 예방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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