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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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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각인

 

각인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이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는 걸 말한다. 이것은 마치 도장이 찍히는 것과 같다.

 

각인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었다. 한 심리학자가 어미 오리가 낳은 새끼들을 어미에게서 분리해서 자신이 데리고 있었다. 그러자 이 오리 새끼들은 모두 이 학자를 어미로 인식하고 따라다녔다. 제일 먼저 자신들의 눈에 보이는 걸 어미라 도장 찍는 오리 새끼들의 습성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각인이 사람에게도 있다. 바로 우리 뇌가 이런 각인을 한다. 사람의 뇌는 정교한 컴퓨터와 같다. 그리고 이 컴퓨터에 중요한 오류가 있다. 몇 가지 정보로 전부를 파악하는 오류다.

 

예를 들면 우리 중에 누가 어떤 사람을 보았다고 하자. 그런데 그 사람을 본 때에 그는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 보니 그때도 잠을 자고 있었다. ‘저 사람 또 잠을 자네!’ 생각했다. 이후 다시 많은 시간이 지나 우연히 그 사람을 보았는데 또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면 그를 계속 보아온 사람은 ‘저 사람은 잠꾸러기 잠만 자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반대로 또 다른 누군가가 그를 보았다. 그런데 그는 그 시간에 매우 열심히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그때도 일을 부지런히 하고 있었다. ‘저 사람 일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또 한참이 지난 후에 보니 역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이제 ‘저 사람은 참 성실한 사람이로구나!’라고 생각하며 보게 될 것이다.

 

어떤가? 이것이 우리 뇌의 각인이다. 우리는 지금도 이런 각인에 따라 많은 양의 데이터를 뇌에서 처리한다. 알고 보면 이런 우리의 판단은 오류이거나 왜곡된 게 많다. 한두 가지, 많아야 서너 가지 외부 정보를 가지고 어떤 사람을 ‘이런 사람이구나!’ 쉽게 판단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각인이라는 오류를 범하며 살 수밖에 없을까? 먼저는 뇌가 사고하고 판단하는 데 에너지를 덜 쓰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어제 먹은 음식이 무엇인지? 종류는 무엇이고 맛은 어떠했는지? 이런 것부터 수학 문제, 영화에서 본 장면, 오래된 친구가 한 말로 인한 스트레스 등의 온갖 크고 작고 어렵고 쉬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래서 되도록 별것 아닌 것 같은 문제는 그냥 간단히 처리하고 넘어간다. 더 크고 어려운 문제 해결을 위해 에너지를 저축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우리 뇌는 불확실한 걸 참지 못한다. 내 생각과 사고 안에 모든 게 들어와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어떻게든 사람이나 상황을 판단하고 통제하여 편안함을 유지하려 한다. 문제는 상대 그리고 상황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눈에 보이는 몇 가지 행동과 들려온 몇 마디 말로 모든 걸 평가하고 판단을 내린다. ‘저 사람이 눈을 찡긋하는 것 보니 나에게 마음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게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정의를 내린 후 혼란스럽거나 답답한 상태를 끝내고 평온한 상태로 돌아가려 한다.

 

이처럼 각인을 통해서 뇌가 빨리 문제를 처리하다 보니 인간관계에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긴다. 친구가 이번에 한 말을 듣고 지난번에 그가 한 말을 떠올려 이 친구가 나에게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판단하다가 오해를 하기도 한다. 밤길에 이상한 사람이 쫓아온 경험을 한 사람은 어떨까?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누군가 자신을 도와주러 다가오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뇌의 각인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우리 뇌의 각인은 이런 오류와 왜곡을 일으키지만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현대인은 무한정의 정보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그에 비해 에너지는 적다. 그래서 한번 각인된 것들에 따라 문제를 판단 한다. ‘저 선생님은 항상 저런 유형의 문제를 냈었어!’ ‘우리 회사는 일만 잘하면 진급이 잘돼!’ 이런 판단은 삶의 에너지를 당연히 적게 쓰고 평안을 유지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렇게 뇌의 각인은 우리 삶에 편의를 제공하면서도 갈등이나 문제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 만난 친구와 지인의 말로 인해 어떤 게 머리를 스칠 때 그 생각이 각인에서 나온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완전하지 않다. 더욱이 각인을 잘하는 뇌에서 나오는 우리의 생각은 오류를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런 걸 생각한다면 가족, 친구, 동료들과의 갈등에서도 지금 하는 우리 생각이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렇게 우리의 생각이나 판단이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할 때 소중한 사람들과의 오해나 갈등을 좀 더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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