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 칼럼
예전에 어떤 할머니가 상담실을 찾아왔다. 아들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들다고 하셨다. 할머니 연세는 70대 중반, 아들 나이는 40대 초반, 어떤 사연일까 들어봤다.
사연인 즉, 아들이 40이 넘도록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에서 술만 마시고, 놀고 있다고 했다. 기가 막힌 것은 다 장성하고, 사지가 멀쩡한 아들이 노는데,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께서 일을 하신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일하셔서 밤낮없이 술 마시고, 노는 아들을 먹여 살리시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상담을 하면 할수록 더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남녀와도, 직업과도 상관이 없었다. 그들은 충분히 지적이고, 힘이 있고, 매력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자존감이 무척 낮았고, 자신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런 분들이 꽤 많았다.
그때부터 그런 유형의 사람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그분들의 특징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다.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 무엇이 필요하다 싶으면 너무나 친절하고, 자상한 엄마나 아빠가 다 챙겨준다. 부모는 자식이 원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다 해줘버린다. 다 챙겨준다.
그래서 자식은 무엇을 스스로 해 볼 이유가 없다. 무언가 도전할 필요도 없다. 부모가 자식 앞에 장애물을 미리 알고 초스피드로 치워준다. 무언가 기대할 것이 없다. 기대하기 전에 부모님이 얼른 미리 갖다 바친다.
아기들은 어렸을 때 으레 이것저것 만져보고, 넘어지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그때 어떤 부모들은 아기들이 안타까워 다 해준다. 자식들에게 실수하거나 실패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는 실패를 경험해 보거나, 좌절을 경험해 볼 기회가 없어진다. 무언가 도전해 볼 기회도 없다. 자신이 무언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없다. 에너지나 열정이 없다. 살아 있는 것 같으나, 대개 심히 무기력하다. 남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주변에서 마치 기관이 고장 난 배처럼 표류하고, 목표를 잃고 돌아다닌다. 그리고 누가 시켜야만 겨우 하고, 심히 지루해 한다. 인내심도 없다. 눈빛은 힘이 없고, 아무런 의욕도 없다.
또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존하려고만 한다. 항상 소극적이며 불만에 가득 차 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싫어한다. 가족이나 친구 등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해주기를 바란다.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보통 싫어한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소외되기도 쉽다.
이들은 자신들의 문제점을 서서히 인식한다. 그래서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완전 의지하는 모습에 우울해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자신의 지겨운 삶과 또래의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좌절한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자신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하면 매우 기분 상해하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
어떻게 무능력한 모습을 벗어날 수 있을까?
먼저, 자신의 모든 것을 부모가 다해주었음을 스스로 인정하자. 아는 것이 첫걸음이니까.
그리고 지루해 하면서 불평하는, 자신의 태도를 버리자.
스스로 보기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되는 일속에서도 의미를 찾고 재미를 찾자. 그게 청소하는 것이든, 그림 그리기든, 뜨개질이든 상관없다. 자신이 재미있어 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면 뭐든지 좋다.
자신의 일은 자기가 책임지자. 예전에는 부모님이나 가족에게 맡겼던 사소한 것들을 이제 내 스스로 해본다. 내 용돈도 내가 벌어본다. 그래서 심리적,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어 간다.
부모는 자녀를 믿고, 그들의 실패나 실수를 내버려둔다. 스스로 일어나도록 지켜본다. 적당히 떨어져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한다.
자녀들은 부모라는 온실을 박차고 나와야 한다. 그래서 온실 속 화초가 아니라, 더위도 추위도 이겨낼 수 있는 온실 밖 화초가 되어야 한다.
사진출처, 네이버이미지
꿈과쉼 우울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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